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2일 정부 관계기관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금 현물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 거래 양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의 추진 배경 이유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정부는 금 거래 양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 시장에 유통되는 금의 절반 이상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 또한 조세포탈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음성적인 금 거래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고품질의 금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없어 귀금속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 현물시장 개설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 거래소’를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과연 금 거래소가 금 현물시장의 음성거래를 양성거래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귀금속시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마디로 오답이다.
모든 귀금속사업자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 거래소는 회원의 등록 요건을 충족하고 거래소 회원으로 등록한 회원사 간 장내 거래에 있어서 각종 세제지원이 제공되니 금 거래소를 이용하라는 게 정부의 취지다. 앞으로 금 거래소 활성화를 위해 등록회원 요건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미정이지만 한국거래소 실무진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예상되는 회원등록 법인의 최소 자본금은 5억~1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본금을 충족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중소 귀금속사업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귀금속시장의 대다수 구성원인 중소 영세사업자의 경제적인 여건과 그 실상에 비춰보면 그 숫자가 극히 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 비춰볼 때, 신설되는 금 거래소가 금 현물시장의 음성적인 거래를 양성화하는 방안으로 설정됐다는 사실에 대해 대다수의 중소 귀금속사업자는 동의할 수 없다. 정부의 지하경제(음성 금거래) 양성화 방안과 금 거래소 개설은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하경제 양성화로 가는 출발점은 금 거래소 설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음성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인 시장 참여자들의 잘못된 거래 관행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양성화로 나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 제시와 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현실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이나 제도를 고민해야 하고, 진정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현실에 맞게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의지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연된 지하경제 시장의 생리를 철저히 분석, 검토하고 어떻게 하면 양성화로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음성거래가 존속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해 그에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음성화한 금 현물시장을 어떻게 하면 양성화할 수 있을까? 현재의 관련 제도를 현실에 맞게 문제점을 보완해 시행한다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원래부터 음성적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는 ‘고금’ 제품, 즉 소비자가 매도하는 K24, K18, K14 주얼리(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 장신구) 제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 5(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특례) 규정이다. 금 사업자에게 ‘고금’ 매출세액에서 103분의 3을 공제해주는 제도를 시행해 결과적으로 2012년까지 약 2조5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양성화됐다.
이 제도의 시행 이전에는 귀금속사업자들의 ‘고금’ 거래에 따른 세무신고는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액공제라는 특단의 경제적 유인책이 통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양성화 거래 참여자에게 적정한 보상책을 곁들인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음성적인 금 거래, 즉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현행 시행되고 있는 일몰제도인 ‘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특례’ 제도의 문제점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그에 합당한 당근과 채찍을 잘 쓴다면 그 실효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하면, 신설되는 금 거래소 등록 회원들은 금 거래소가 없는 현재도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다. 그들은 금 거래소가 설립되면서 양성화 거래를 기다리고 있는 사업자가 아님을 거래소는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금 거래소의 신설은 지하경제 양성화의 장이 아닌 정상거래의 장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보이며, 거래소가 목적으로 하는 음성시장을 끌어내 양성화하겠다는 기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라 아니할 수 없다.
/ 글: 우정선
(주)한국귀금속거래소 대표
/귀금속경제신문사